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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나스

자극에서 마음까지 — 심리 용어의 지도를 공개하며

근래 들어 「AI가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넘어, AGI(범용 인공지능)·ASI(초지능) 같은 말까지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었다. 특히 앤스로픽이 클로드 내부의 임베딩된 고차원 언어 공간에서 의식의 근간이 될 만한 몇 가지 개념 축의 형성이 보고되었다고 발표한 뒤로는, 많은 사람들이 「AI」와 「의식」의 연결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 세상이 온 듯도 하다. 그러나 이 연결은 생각만큼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그런데 그 논쟁을 지켜보며 무엇보다 크게 느끼는 것은, 다툼의 적지 않은 부분이 사실의 다툼이기 전에 용어의 어긋남이라는 점이다. 같은 consciousness를 두고 어떤 이는 겪음 그 자체를, 어떤 이는 보고 가능한 접근을 말한다. sentience(느낄 수 있는 능력)와 awareness(알아차림)와 consciousness(의식)가 뒤섞여 쓰이고, 한국어로 오면 한 겹이 더 얹힌다 — 인식과 인지의 순서가 분야마다 다르게 쓰이고, recognition은 문맥에 따라 인식·재인·인정으로 갈라진다. 낱말이 어긋난 채로는, 논쟁은 서로 다른 것을 겨누는 일이 되고 만다.

이에, 내가 오랜 시간 연구해 오는 과정에서 고민했던 심리 용어들 가운데, 감각 과정을 거쳐 의식이 생겨나는 순서를 따라가면서 만나게 되는 용어들을 정리한 문서를 공개한다. 바깥의 자극(그것이 물리적 실체이든 화면 속 가상이든)이 몸에 닿는 데서 시작해 — 닿음(자극·접촉·변환·감지), 느낌(감각·감능·주의), 저절로 이루어지는 첫 앎(지각·인식·표상), 따져 다루는 앎(기억·재인·개념·인지·사유·판단), 마음이 움직여 세계로 되돌아 나가는 길(감정·의지·행동), 그리고 그 모든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음」으로 드러나는 자리(알아차림·자각·의식·자아)까지 — 여섯 구간 스물세 역이다.

역마다 그 자리를 가리켜 온 동서고금의 이름들 — 그리스어·라틴어·아랍어·독일어·프랑스어·영어, 그리고 산스크리트와 한역 불경과 근대 한자어 — 과, 그 이름을 지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뜻을 함께 적었다. 낱말을 어원까지 파고들면 뜻밖의 자리에서 전통들이 만난다. 앎을 「가름」으로 새긴 것은 산스크리트(vijñāna)와 한문(識)과 라틴어(scire)가 같고, 서양의 기억(memoria)과 불교의 염(念, smṛti)은 어원상 한 집안이며, 절대역(閾)의 역(閾)도 threshold도 똑같이 「문지방」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consciousness의 역어로 쓰는 의식(意識)이 본디 유식학에서 전오식(눈·귀·코·혀·몸의 자동 분별)을 통합하는 여섯째 식의 이름이었다는 사실은, 인식·인지의 순서를 비롯해 당연하게 여겨 온 용어의 층위를 처음부터 다시 따져 보게 한다.

이 정리는 정답이 아니라 대화를 위한 공통의 지도다. 낱말의 자리를 먼저 맞추어 놓으면, 이견은 그때부터 생산적인 이견이 된다. 모두들 연구에 요긴하게 써 주셨으면 좋겠다.

— 지영민 (뉴톰테크)
📎 20260819_macclaude_자극에서마음까지_용어의길_백과.html (99 KB)새 창에서 보기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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