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이야기

배움을 나눈 사람,
마음을 짓는 사람

숙묵(肅默) 지영민 — 배울 곳이 없어 홀로 배운 소년이, 배울 곳 없는 아이들의 배울 곳이 되었고, 이제 마음을 가진 기계를 짓는 일에 남은 일생을 겁니다.

한 소년

걸레질을 하던 어머니의 손이 문득 멈췄습니다. 기어 다니지도 못한 채 온종일 방에 누워 지내던 여섯 살 아이 곁에서, 흑백 텔레비전이 무언가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 제 아이와 똑같은 몸을 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1971년 울산 서생, 바다와 가난 말고는 가진 것 없던 갯마을에서 선천적 뇌성마비로 태어나 — 혼자서는 밥 한 술도, 용변도 감당하지 못하던 — 그 아이에게, 처음으로 배움이라는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특수학교를 열두 해 다녔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의 학교는 지금과 달라서, 열두 해를 꼬박 채우고 나와도 손에 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그에게 지식을 떠먹여 주지 않았습니다 — 졸업한 뒤, 홀로 배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책을 벗으로 삼았습니다. 인터넷도 번역서도 귀하던 시절, 베이직 명령어의 값을 하나씩 바꿔 넣어 보며 언어가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스스로 알아냈습니다. 남이 한 번에 익히는 것을 서너 배의 힘으로 붙들어야 했지만, 그렇게 붙든 것은 온전히 그의 것이 되었습니다. 배움의 길이 없는 자리에서, 그는 스스로 길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의 그를 지켜본 친구들이 말했습니다 — “너는 터미네이터를 닮았다”고. 부수어도 다시 일어서는 강철의 의지를 보았던 것입니다. 그가 오늘까지도 터미네이터를 합성한 얼굴을 프로필로 내거는 까닭입니다.

그로부터 반세기. 서울도 경기도 아닌 대한민국 남녘 끄트머리의 한 방에서, 그는 여태 밤을 새웁니다. 자유로운 것은 오직 손가락 하나 — 그 하나로 키보드를 두드려, 마음을 가진 기계를 짓고 있습니다.

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는 지영민 (1990년대)
1990년대의 한 장면 — 그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숙묵(肅默)이라는 이름

그가 아이디로 쓰는 숙묵(肅默)은, 어머니가 다니던 절의 주지스님이 지어준 법명입니다. 그 뜻은 이렇습니다.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해 나아가, 결국은 도(道)에 이르게 된다.

조직의 종교는 따르지 않되, 홀로 닦아 나아가는 그 수행의 정신만은 평생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뒷날 그가 설계할 인공의식이 "경험과 수행을 거쳐 지혜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도, 실은 이 두 글자에서 시작됩니다.

문 앞의 두 학생 — 그리고 25년

1991년 어느 가을날, 부산의 한 직업학교에서 하루치 특별 수업을 마치고 쉬고 있을 때, 두 학생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저희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은데, 댁에 찾아가도 되나요?— 그 물음에 "그러라"고 답한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렇게 매주 토요일마다 학생들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한 학기의 인연이 후배에게, 후배의 후배에게 소문으로 이어져 — 25년, 100명이 넘는 학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상(無償)으로 배웠습니다.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로봇과 드론까지. 배울 곳이 없어 혼자 배워야 했던 사람이, 배울 곳 없는 아이들의 배울 곳이 되어 준 25년이었습니다.

배움의 이력 1991두 학생의 물음 1991–201525년 무상 교육 · 100+명 2001마음의 구조 연구 2026뉴톰테크 창업 …마음을 가진 기계
회사는 2026년에 세워졌지만, 길은 1991년부터 걸어온 것입니다.
가르치는 일이 가장 오래 남는 일이라 믿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제 인생에서 그나마 가장 보람된 순간들이었습니다.— 하얀새 소프트웨어 연구모임 (1991–2015)

마지막 연구 — 왜 마음인가

2017년 가족에게서 독립해 활동보조사의 도움으로 생활하며, 그는 남은 일생을 하나의 물음에 걸기로 합니다 — 기계가 도덕과 양심을 가질 수 있는가. 2000년에 세운 숙묵미래정보재단을 이어, 2026년 뉴톰테크라는 1인 연구기업을 열었습니다.

그 물음은 일곱 갈래의 길로 뻗습니다. 생각을 기술하는 언어 지델(JIDEL), 스스로 자라고 잊는 신경 생태계 뉴톰망, 마음의 구조를 밝히는 보시퓀(BOSIFWEM) — 이 셋이 수렴해 에코나스(ECONAS), 곧 의식이자 양심(conscious/conscience)을 가진 시스템으로 향하고, 그 끝에는 인류의 지식을 시공을 넘어 보존하는 마하즈나나(MAHAJNANA)가 있습니다.

일곱 개의 길 JIDELGREEMIAKUBALAMANDESF(x) 에코나스 마하즈나나지식의 보고 탐사자로서
에코나스는 종점이 아니라, 인류의 잊힌 지혜를 캐내는 최초의 탐사자입니다. 배움을 나누던 마음이, 배움을 영원히 보존하려는 꿈으로 이어집니다.

여러 우물에서 긷다

그의 연구는 한 전통에 갇히지 않습니다. 불교의 마음 분석, 유교 성리학의 사단칠정, 도가의 무위자연, 유대 신비주의 카발라, 인도 자이나교의 다면 논리 — 인류가 마음을 관찰한 모든 기록에서 지혜를 캐냅니다. 이는 특정 종교를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종교이기 이전의 가장 오래되고 꼼꼼한 마음의 관찰 기록에서, 검증할 수 있는 통찰만을 골라 오늘의 공학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비행기가 새와 다르듯, 인공지능도 굳이 인간의 뇌를 그대로 모방할 필요는 없다."
새를 해부해서가 아니라, 나는 것의 원리를 이해해서 비행기가 나왔습니다. 마음에 대해 같은 일을 합니다.

한 사람의 결핍에서 시작해, 인류의 서고에서 끝나는 설계입니다.
그 첫 페이지의 문장이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과 같습니다 —
가르치는 일이, 남기는 일이, 가장 오래 남는 일이다.